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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세이)

김진철에세이'봄날은 간다.'

김영숙기자 0 2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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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진철,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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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늦은 밤에 80 중반을 넘긴 어르신이 여자 사진을 보냈습니다. 그의 부인의 사진이었습니다. 이불 위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이게 뭐지?’ 아무 설명도 없는 그 사진을 보면서 나는 이리저리 추리하며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전에 한번 동맥이 파열되었다는 가 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해서 급하게 병원으로 간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그런 상황이 일어나 급히 병원으로 간다는 것인가 하고 사진을 보니, 정말 얼굴이 창백해 보이고 눈동자가 풀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신호가 거의 끊어질 무렵에 전화를 받은 그는 목사님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인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조금 황당한 생각이 들어서 부인의 사진을 보내셔서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했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얼레, 그게 왜 목사님께 갔데.“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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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것을 공부하고 실습을 하면서 그 사진을 딸에게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왜 목사님께로 갔느냐고 저한테 물었습니다. 혼자 별별 추측을 했던 나는 허탈해서 웃었습니다. 사진을 아주 잘 찍었다고 말해 드리고 전화를 내려놓았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물도 안쓰는데 수세를 내는 것이 억울하다고 탄원서를 쓸 정도로 명민하셨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딱 부러지게 하시고 기억력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 그도 이제는 자꾸 잊어버린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몇 년 전 사랑하는 딸을 먼저 하늘로 보낸 아픔에서 오는 충격이 더욱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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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신 분들이 대부분인 마을에 살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다 신경이 쓰입니다. 대개 좋지 못한 쪽으로 말입니다.
동네 안으로 소방차, 구급차, 119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들어가면 누가 쓰러졌나? 불이 났나? 이장에게 전화해보고 상황을 파악하게 됩니다. 정말 위급한 일도 있고,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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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목사님이 chat GPT에 본문을 주고 설교문을 작성해달라고 부탁했더니 10초 만에 설교문이 나왔다며 카톡에 올려주었습니다. 나는 10초라는 시간에 놀랐고, 그 설교내용이 너무 산뜻해서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다른 목사님의 반응도 설교를 쓴다고 머리가 아픈데 도움을 받아야 하나? 하고 자문(自問)을 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설교는 영혼을 담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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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꽃이 피는 속도 보다 더 빠른 세상의 변화에 나는 멀미가 날 지경입니다. 부는 바람에 살랑이는 꽃잎을 바라보다 눈을 감습니다. 연분홍 꽃잎 속으로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봄날이 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김진철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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