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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세이)

김진철 에세이, "대야 오일장"

김영숙기자 0 2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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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 ~


아내가 깨와 마늘을 사고, 장구경도 할 겸 대야장에 가자고 했다. 대야장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군산의 유일한 전통시장이고 100여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했다. 1일과 6일에 서는 오일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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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를 하기 위해 뱅뱅 돌다가 보니 추석 단대목은 아니었지만 명절 분위기가 났다. 어릴 적에는 추석이 되면 마음이 설레었다. 어머니께서 장날에 고기와 생선을 사오시고, 가끔은 새 옷과 새신발도 사 오셨다. 추석에 엄마 따라 장에 가 본 기억은 없는데 대야장에 들어서니 꼭 가본 적이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아이들의 옷도 있고, 신발도 여기저기 진열되어 있다. 누가 살까 싶은 데 사람들이 오고 흥정을 했다.


여기저기 손님을 부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꽃게 철이라 그런지 꽃게, 10,000원이 유달리 크게, 많이 들렸다. 아내는 깨와 마늘의 값을 물어보고 그냥 지나간다. 그렇게 물어보면서 한 바퀴를 돌 것이다. 돌면서 값도 알아보고, 어느 물건이 좋은 지도 살펴볼 것이다. 깨 색깔도 살펴보고, 마늘의 굵기도 살펴볼 것이다. 나는 아내가 깨 색깔이 검다고 하면, 그렇구나, 마늘 알이 너무 작다고 하면 그렇구나, 하고 맞장구를 치면서 이런 저런 구경에 눈이 바쁘다. 그러니까 나는 마늘과 깨에 대해서 잘 모르고 결정도 아내가 할 것이기 때문에 맞장구만 쳐주면 된다. 대답은 건성으로 하고 내 눈과 귀는 장 구경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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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 째 놀랐던 것은 수많은 햇 농산물이었다. 햅쌀, 햇밤 햇고구마 햇사과...여름날씨와 정치의 난리에도 불구하고 농부는 성실하게 일했고, 과일과 곡식들은 제 본문을 다해 탐스럽게 열매를 맺어 추석을 앞둔 시장에 나온 것을 보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놀란 것은 뜻밖에도 부산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아내가 드디어 장을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되돌아오면서 깨를 사고 마늘은 비싸다고 망설이다가 결국 마늘도 샀다. 그리고 새끼갈치조림을 샀는데, 아내의 말을 듣던 젊은 주인이 부산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도 부산이 고향이라고 했다. 군산에서 부산 사람을 만나다니 반갑고도 놀라웠다. 그는 아버지가 부산이 고향이고 어머니는 군산이 고향이라고 했다. 그 바람에 옆에서 빈대떡을 구워 파는 여자가 알은체 하면 한 마디 거들어서 우리는 기분 좋게 빈대떡도 샀다. 그리고 진정 궁금했다. 왜 이름이 빈대떡일까? 빈대가 아니고 녹두로 만든 것인데, 그 요상한 빈대(?)떡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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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놀란 것은 잔치국수였다.
대충 장을 본 다음 시간이 이르기는 했지만 눈앞에 확 들어오는 '장터국수'집으로 들어갔다. 부산 충무동 시장에서도, 국제시장의 먹자골목에서도 먹었던 그 고향과 추억의 맛을 생각하면서 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자리가 없었다. 허름해 보이지만 정감이 가는 국수집에 손님이 많아서 놀랐고, 잔치국수와 비빔 국수를 시켰는데 그 맛이 우리 입에 맞아서 놀랐다. 양푼에 담겨온 국수의 양에 놀랐다. 할아버지는 연신 국수를 삶아내고, 할머니는 그것을 받아서 국수를 말고 비빔국수를 만들고, 손님을 맞고 주문을 받고, 국수를 손님상으로 서빙을 하는 자녀들(순전히 내 짐작으로)이 너무 좋은 조합이었다. 그 이상한 식당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대신 선풍기가 있었다. 내가 세어 본 것만 해도 선풍기는 열대가 넘었다. 국수가 나온 것을 사진을 찍고 있으니 옆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자랑하려고 그러느냐"고 물어서 "아들과 며느리에 보낼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자랑이 아니고 엄마, 아빠는 이렇게 불쌍하게 국수를 먹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고 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ㅎㅎ오히려 어디서 이렇게 맛있는 것 드세요" 하고 답이 올 것이라고 해서 함께 웃었다. 기분 좋은 점심을 먹고 입가심으로 국화빵도 샀다. 열 개를 샀는데 덤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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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국수집의 주인들을 보면서 장인(匠人)을 생각했다.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장인이라는 말을 생각했다. 여름과 씨름하며 농사를 짓는 사람, 국수 한 그릇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 사람, 국화빵을 굽고, 빈대떡을 부치고, 반찬을 만들고, 요리를 하고, 수많은 장인들을 생각했다. 그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생각했다. 설교 또한 그런 솜씨로 빚어야 할 것이다.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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