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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세이 마지막 주례사

김영숙기자 0 684
마지막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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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 ~  


- 결혼
세상의 모든 결혼은 기적이라고 합니다. 오늘 주님의 은총으로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두 사람, 축하드립니다.
오늘 주례가 제가 목회하면서 마지막 주례일 것입니다. 주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양가의 부모님과 중곡동 ㅈ교회 ㅈ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어릴 때는 남자는 반장, 여자는 당연히 부반장이었습니다. 말자 끝순이 등의 이름이 말해주듯이 여자아이는 그만, 아들 낳기를 바라던 시절이었습니다. 남자아이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리 지어 놓은 이름 후남이도 있었지요. ’참아야 하느니라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이라는 이미자의 노래로 어머니들은 서러움을 달래고 아픔을 삭이며 위로받았습니다.
여성들이 목소리를 조금씩 내니까 남자들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러자 여성들이 암탉이 울면 달걀을 낳는다고 응수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남자와 여자에 대한 사회의식이 변하였고, 결혼의 풍습도 달라지고, 부부관계도 변하였습니다. 가정도 권위적인 가부장제에서 민주적인 가정으로 변했습니다. 젠더 갈등의 혼란과 아픔이 있는가 하면 육아공동체와 같은 더 넓은 가족공동체의 아름다운 모습도 우리 사회에 나타났습니다.
옛사람들이 사주 궁합으로 부부관계의 원만함을 살폈다면, 혈액형으로 성격을 맞추어 보기도 하고, 요즘은 MBTI 서로 맞는지를 테스트해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지나온 시절을 돌아보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 유행이나 문화나 풍습의 변화 물결에 휘둘리지 않고 파도를 타며 행복한 가정을 세워가는 사람들, 그들에겐 무엇이 있을까?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 누구나 사랑하고 행복을 꿈꾸며 결혼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랑이 식고, 삶에 지치면서 결혼, 가족이 속박이 되기도 하고 부부관계가 의무가 되어 힘들어합니다. 지쳐갑니다. 그래서 더러는 황혼이혼을 꿈꾸고, 졸혼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두 사람이 그런 것을 넘어서 “사랑의 기쁨이 샘솟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시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단어들을 기억하라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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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돕는 배필”
돕는 배필은 반장 옆의 부반장 이런 뜻이 아닙니다. 혼자 있는 것이 좋지 못하여 같이 있어 좋은 사람이 돕는 배필입니다. 당신이 내 곁에 있으므로 내가 외롭지 않고 평안하고 삶이 따뜻해지고 행복하고 빛이 나고 완전해진다는 것입니다.
결혼은 서로가 그런 존재로 만나는 것입니다.
둘째 “갈빗대”
성경은 머리뼈도 아니고 발뼈도 아닌 갈빗대로 여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머리뼈로 만들었다면 주장하고 가르치려 했을 것입니다. 부부간에 서로 머리가 되어 주장하고 가르치려들면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발뼈로 하면 “당신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하는 그런 류의 자기 비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가학과 피학과 집착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갈빗대는 신체의 중앙입니다 ’마주 보는 것‘입니다. 평등입니다. 신체의 중요한 장기들을 보호합니다. ;친구 같은 존재’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성경은 동등함이 논쟁이 아니라 창조적인 열매를 맺는 길을 알려줍니다. 하나님과 예수님은 같은 신성을 가진 동등한 존재이지만 예수님은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하지 아니하고 자기를 낮추어 인류 구원의 역사를 함께 이루셨습니다.
동등하지만 자기를 낮추어 상대를 바라볼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이해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해를 뜻하는 영어 단어중에 understand가 있습니다. 단어를 분리해보면 아래에 선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동등하지만 혹은 내가 더 똑똑하지만(이건 대부분 착각입니다.) 나를 낮추어 상대를 높일 때 논쟁이 아니라 이해를 통해 새로운 창조적인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갑니다. 결혼은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 더 성숙한 인격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부부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셋째“부모를 떠나 한 몸을 이룰지니라”
사랑으로 시작해서 행복을 꿈꾸며 결혼을 하지만 신랑과 신부는 각기 다른 가정에서 다른 문화와 식숩관과 예절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같이 생활을 하면 서로 이해되지 않는 불편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른바 문화충돌이 일어납니다. 관리하지 않으면 너네 집은 왜그래 하다가 조상까지 들먹이는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결혼은 두 사람이 그것을 극복하고 두 사람이 “한 몸,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을 닮은 자녀가 출생하면 그 자녀와 함께 가정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각기 살아온 문화와 단절할 것인지 창조적인 수용을 통해 더 풍요롭게 할 것인지는 오로지 신랑 신부의 몫입니다.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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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소리 없는 침묵으로도 말 할 수 있는
우리는 마주치는 눈빛 하나로 모두 알수 있는
우리는 기나긴 하 세월을 기다리어 우리는 만났다
천둥 치는 운명처럼 우리는 만났다
바로 이 순간 우리는 하나다 (송창식 노래 우리는 중 일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신랑 ㅈ군, 신부 ㅇ양의
결혼을 축하하고 축복합니다.
하나님의 은총의 따사로운 햇살이 두 사람이 한 몸이 되어 이루는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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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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