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박사칼럼]한국! 미국과 일본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일 때가 되었다.

이순락기자 0 10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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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구미회 부회장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을 줄여서 간편하게 부르는 것이 지소미아(GSOMIA)이다. 현재 한국은 34개국 및 NATO 등과 군사정보보호협정 및 약정을 체결한 상태이다. 한국과 일본은 2015년 박근혜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한국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6년 11월 지소미아를 체결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국정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력과 설득이 반드시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한국은 일본과 맺은 지소미아를 종료한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적 태도는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는 행위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1965년 한일회담에서 한국에 관한 모든 문제를 포괄하여 종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에 대한 개인 배상권을 인정하는 판결에 대해 한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으며, 일본의 수출부품이 적대국가에 한국을 통하여 수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와 아울러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취했다. 


한국 정부도 일본에 대한 화이트 리스트 배제와 아울러 지소미아(GSOMIA)를 종료한다.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이 더 싫어하며 한국과 일본이 협상하여 한일 관계를 회복할 것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지소미아가 종료되었다고 해서 한미동맹의 관계가 붕괴된 것은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과 일본은 태평양을 무대로 하는 해양세력이다. 그러나 한국은 대륙과 바다를 함께 접한 반도 국가로서 한국전쟁 이후 한미동맹을 통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세력에 편입되었다. 


미국정부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해양세력 연대에서 한국이 이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은 1980년 이후 빠르게 경제 성장한 중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두 국가가 불편한 관계에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봉쇄·견제정책의 실효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불화는 미국이 태평양과 동북아시아에서 힘을 행사하는 패권적 지위에 악영향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감”과 “실망”으로 표현했다. 


미국이 “유감”과 “실망”을 표현에게는 지소미아 종료는 동북아에서 중국을 봉쇄하고 견제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어 장치였는데, 한국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견제로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미국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들어내고 있다. 이유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의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취할 때 미국은 사실상 수수방관하며 어떠한 중재와 개입도 하지 않았다. 지소미아 종료는 한국정부 역시 일본 못지않게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고, 미국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어떠한가를 보라는 당당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2019년 9월 미국은 크게는 중국과 무역협상에 대해 논의한다. 그리고 한국과는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 미리 벌써부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부자나라 한국을 방위하는데 미국 돈이 너무 든다.”면서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6배에 해당하는 방위비 인상을 한국에 요구하려고 있다. 기존에 한국정부는 미군에 대해 방위비 1조389억원을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50억 달러를 요구하는데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6조원 정도이다. 이 돈이면 한국은 미국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50대 이상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외교는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 자세로 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미국과의 방위비 인상 요구에 대해 지렛대로 아마 사용할 것이라고 필자는 추측한다. 일본 우익들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한국을 제외한 미국과 일본, 대만을 포함하여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태평양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한국이 필요하다. 1945년 해방된 이후부터 미국은 한국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 한미동맹으로 한국을 지키는 것은 당연히 눈에 보여 지는 것이고, 조금 더 노력해서 보면 그들은 한반도에서의 군사력은 대륙세력인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병력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국의 지정학적인 가치는 미국으로 봐서는 절대적인 가치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먹고 살 것도 없는 가난한 나라 한국에 원조를 제공하였다. 


미국은 왜 이토록 태평양을 중요시 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으며, 누구나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해군사관학교를 거쳐 해군대학 교수를 역임한 알프레드 마한(Alfred Thayer Mahan)이 1890년 저술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알프레드 마한은 미국 세계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바다를 지배해야 하는 것을 강조하며 “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유명한 군사전략적인 명언을 남긴다.


알프레드 마한이 미국을 세계 최고의 강국으로 만드는데 미국이 반드시 해야 할 것은 (1) 大해군 건설, (2) 해외 해군기지의 획득, (3) 파나마 운하의 건설, (4) 하와이 왕국의 병합이었다. 알프레드 마한의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읽은 당시 미국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은 충격과 감명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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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알프레드 마한이 주장한 것들을 미국의 최우선 과제와 정책으로 세우고, 과감한 실행에 옮겨 나간다. 오늘날의 미국이 세계최강의 군사력을 갖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알프레드 마한이 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전세계 전략가들이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알프레드 마한의 해군전략은 미국이 영원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였고, 미래에도 마한의 전략 구상에 기초해서 미국은 군사력을 행사할 것이며, 미국이 존재하는 한 영원할 것이다. 알프레드 마한과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오늘날 미국의 힘을 세계 어디든지 행사 할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해군기지 획득을 위해서 하와이와 태평양의 중요 섬들을 장악한다. 파나마 운하를 통하여 대서양의 군사력이 태평양으로 올 수도 있고, 태평양의 군사력이 대서양으로도 갈 수 있다. 대서양에서는 영국이 미국의 절대적 우방이면서,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절대적 우방이 되어야만 미국의 군사력은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1945년 핵폭탄을 일본의 도쿄, 오사카, 교토에 투하하지 않고,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투하 한 것도 일본이 완전히 패망시키면 아시아에서 굳건한 우방이 되어야 할 미국과 같은 해양세력인 일본을 잃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있어서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만나는 최전선이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군사적 거점이다. 큰 틀에서 보면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유지해야만 미국에게 절대적 이익이 된다. 지금 보수언론과 보수 세력 속에서 지소미아 종료가 한국과 일본의 관계보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중대한 위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 관계는 좀 나빠질 수 있지만 부모가 자식을 포기하지 못하듯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국을 절대적으로 포기를 못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실리외교와 다자간 외교를 펼쳐야만 이익과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 과거 소련과 맺었던 중거리핵전력(INF)조약 폐기를 선언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하는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할 후보국을 찾고 있다. 한국·호주·일본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후보국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정부와 외교관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사드(THAAD) 미사일은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만약 한국에 이 엄청난 중거리 핵미사일이 배치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과 동시에 정치적·외교적·군사적 관계를 단절하자고 나올 것이다. 자기 얼굴 앞에서 칼을 뽑는데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지금 미국은 동북아와 태평양에서 전략과 전술의 새로운 판을 짜고 설계하고 있다. 여기에서 미국과 일본이 하자는 대로 마냥 따라 갈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한국이 그동안 장기판의 졸 노릇은 많이 했지 않은가? 한국정부의 현명하고 슬기로운 선택만이 한국의 미래와 운명을 지킬 수가 있는 것이다. 일본과의 경제전쟁과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한국은 미국과의 외교에서도 “되는 것은 되고, 안되는 것은 안된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만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다. 한국은 미국의 장기판에서 졸 노릇과 개 꼬랑지 노릇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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